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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254

미친 리트머스 영화표를 예매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극장측과 연결이 된 온라인 예매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멤버쉽으로 인한 할인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항상 이용하는 방법이다. 예약번호와 극장명, 시간을 적은뒤 수리를 맡겨놓은 MD를 찾기위해 남대문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바닥에 떨어진 지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종점에 가까운 정거장이었기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아무도 그 지갑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길래 옳다구나 하고 집어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가 요즘 힘들 게 사는걸 보고 누군가 도와주려고 하나보다..그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보니..아니..이럴수가.. 그래도 명색이 서울의 쇼핑 메카인 명동에 오면서 달랑 5천원을 들고 오다니... 도대체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싶어 신분증을 보니 D여대 약.. 2007. 3. 26.
엄마의 외출 아침부터 여기저기 전화를 하느라 몹시도 부산스런 엄마였다. /그러니까 땅꼬엄마가 꼭 와줘야해. 나? 당연히 가지. /쌀이랑 반찬은 내가 갖고 갈꺼야. 경식엄만 그냥 몸만 와. /아니..교회를 꼭 가야 쓰겄어? 한번 빠진다고 하나님이 돌아 앉을거래? 달뜬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식탁에 앉은 엄마는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엄마..어디 가? /응. 여행간다. 내가 아주 바뻐 죽겠어. /아유..이번 연휴때 얼마나 인파가 몰리는데..뭘 거기까지 가서 꽃구경을 해. 여의도도 좋아. 순간, 아차 싶어 황급히 눈치를 살피니, 다행히 귓등으로 흘려 들으신 듯싶다. /1박2일이니까 아버지 식사 잘 챙겨드려. 나 또한 한귀로 흘려보낸다. /엄만..좋겠다. 꽃구경두 가구..나두 가구 싶다. 집을 나서기전 무.. 2007. 3. 26.
이 부부가 사는 법 인터폰이 울렸다. 1층 현관의 모습과 함께 아빠의 모습이 비쳐들었다. /차 어디다 놔뒀어? 아무리 찾아도 없다. 10여일전 지숙네 집인 양평에 가느라 차를 썼었는데 정확히 어디에 주차를 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지하..3층 쯤일껄? 잠시후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너 차 어디다 둔거야? 아빠가 못 찾잖아. 결국 직접 내려가서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샅샅이 뒤져도 고물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어허..이럴수가.. 최근들어 부쩍 심해진 건망증 때문에 혹시 내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곰곰히 생각을 해봐도 지난 일주일간은 학교에서 하루종일 지냈기 때문에 차를 쓴 적이 없다는 데에 확신을 걸었다. 이제..혐의는 아버지에게로 옮겨갔다. /아빠, 마지막으로 차 쓴게 언제야? /나 안썼다. .. 2007. 3. 26.
발가락이 닮았다 오늘만해도 2번이나 아버지랑 다투었다. 요즘들어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책의 반납기한일이 오늘이었다. 패기좋게 빌려놓고 한권도 마저 읽지 못한 나의 게으름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고, 30분을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이상을 걸어 학교도서관에 간다는 것도 너무나 귀찮았기에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러나..지하1층부터 3층까지 휘돌아쳐도 차는 보이지 않았다. 인터폰을 눌렀다. /42평짜리 주차장에 있다. /뭐라구? 그게 어디야? /42평짜리라니까... /도대체 어딜 말하는거냐구.. 뚝..끊김...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전화를 걸 때도 자신의 할말만 하고 끊어 버린다. 내려올줄 알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저만치 보이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는 움직일줄을 몰랐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버지는 TV바둑을 보고 계셨다..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