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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 들어왔다.>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한 작가의 팬클럽이 그의 소설속에 나오는 요리를 일일이 만들어 본뒤 그 레시피를 묶어 책으로 냈다는(그것도 2권짜리로) 사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력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될수 있는지 보여준다. 소설속의 한 부분, 요리가 언급되는 짤막한 문장을 넘기면 한쪽엔 요리 사진을, 다른 한쪽엔 재료와 조리법이 너무나도 친절하게 적혀있다. 하루키가 생선요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까닭에 연어, 정어리, 오징어, 도미 등의 음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듣도 보도 못한 소스라던가 낯선 재료 이름이 많아 모든 요리를 따라해보기란 쉽지 않을듯. 물론, 국수, 스파게티 정도의 간단한 요리정도는 문제없다. 레시피 순서를 짚어나가며 완성된 요리사진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될 듯 싶고, 신혼주부에게 선물해줘도 좋은 .. 2007. 3. 26.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조정래 부끄러운 고백을 하고자 한다. 난 대하소설을 읽지 않는다. 아니, 3권이상 넘어가는 책은 읽지 않는다. 이지리스닝 음악처럼 편한 책만 읽어 제꼈다. 이런 내게 분단문학이니 민족정신 함양을 위한 작품들은 '여우와 포도'에 나오는 여우처럼 '사상과 이념을 다룬 책들은 분명히 고리타분할거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라는 편리한 변명을 만들어냈다. 이런 내게 새삼스러운 치부를 드러내게 만든 조정래의 산문집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아집과 독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이론서들은 넘쳐나지만, 방법론적이 아닌 근원적인 이유를 명쾌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다. '태맥산맥'-'아리랑'-'한강'의 원고를 쌓아 놓으면 작가의 키를 훌쩍 넘는 세 개의 기둥이 생긴다고 한.. 2007. 3. 26.
<나이 드는 기술> 앙드레 모루아 '나이 드는게 좋아. 빨리 60살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가 이런 말을 했을때 난 위선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늘어지는 뱃살, 거뭇해지는 눈밑그늘, 이해되지 않는 집착, 나이와는 별도로 역행하는 정신연령..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부정적인 얼굴만을 보여줄뿐이었다. 참, 좋은 때다 라는 말을 지나쳐 저 나이에 뭐하나 싶은 시선을 맞닥뜨릴때면 나도 모르게 내뱉는 멘트.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잖아. 그래서 즐거워' 아..누군가도 나를 통해 위선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줌으로써 편안한 마음으로 노년을 맞이할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가이드이다. 추하게 늙지 않는 법,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법, 젊음에 대한 부질없는 동경이 아닌, 그.. 2007. 3. 26.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소리내어 크게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껏해야 피식거림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한 요즘 이 책을 펼칠때마다 킥킥대는 통에 도서관에서, 버스안에서 의아스런 시선들과 마주해야 했다. 천연덕스럽고 뜬금없는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엉뚱한 설정들은 있을법한 이야기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황당한 인물들이 대거 출연한다. 물론, 대부분의 주인공은 성석제 그 자신이다. 에세이임을 숨기고 있는 짧은 소설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말잔치. 그는 진정한 이야기꾼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단편에 강한 작가들이 장편소설에서는 맥을 못추는 경우가 많은데 성석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글의 호흡이 짧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자신에 대해 스트레스 받을 필요없이 이렇듯 자신이 잘할수 있는 단편들을 주르.. 2007.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