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254 <고래> 천명관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의 첫 장에 찍혀있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그가 결코 범상치 않은 사고를 갖고 있는 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머리를 빡빡 민데다가, 눈빛이 어찌나 형형한지..) 능수능란한 변사가 읊어대듯, 일사천리로 이어져나가는 이야기는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물쩡 넘어가려 하거나 늘어지지 않는다. 준대하소설이라해도 좋을 만큼 시공간적 스케일이 방대하고, 토지 못지 않은 다양하고도 개성있는 인물들로 말미암아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만큼 숨가뿐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엮어가는 한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믿기어렵지만 있을수도 있겠다 싶은 '고래'이야기는 후반부로 갈 수록 환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마구잡이로 튕겨 나감을 느낄 수 있다. .. 2007. 3. 26. <닭털같은 나날> 류진운 낯설지않은 고단한 일상 그리고.. 류진운은 중국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일컬어지는 '신사실주의'기법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신사실주의가 표방하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 예술을 초월한다는 것으로서 95%에 속하는 가난한 중국인들에 대한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 '닭털같은 나날'은 소시민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덤덤하게, 때로는 천연덕스럽게 묘사하고 있는 대표작이다. 두부 1모가 썩은 일로 시작되는 이 단편은 아내의 바가지와 아이의 유치원 문제, 어린 가정부에 대한 옹졸한 심리를 세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테두리안에서 챗바퀴돌듯 돌아가는 반복적인 생활은 그들의 생각을 멈추게하고 눈앞에서 흔들리는 당근을 쫒아가는 당나귀처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서글픈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외에도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중국.. 2007. 3. 26.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1,2> 바르가스 요사 은근한 불로 끓여야 제맛이 나는 한국음식과도, 화라락 타오르는 불길속에서 튀겨지는 중국음식과도, 날로 회를 쳐서 만드는 일본음식과도 다른, 남미음식의 특징은 풍부하면서도 화끈한 양념과 곁들여지는 그들만의 여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운나라다운 남미 특유의 활기와 함께 빛을 발하는 유머러스함을 몽땅 슬어담은 종합선물같은 작품이다. 18세의 청년인 주인공은 지금은 비록 지역라디오 방송국에서 짜깁기 뉴스나 내보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명작을 쓰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청년이다. 그는 주위의 느슨한 인생들을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들과 그닥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이 된 두 인물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볼리비아에서 온 훌리아 아주머니, 다른 한명은 라.. 2007. 3. 26. <사랑의 야찬> 미셀 투르니에 프랑스 지식인들의 위선에 신물이 난 한 인텔리 여성은 정반대로 거칠고 과묵한 뱃사람을 선택하지만, 그 침묵 또한 공허함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서로 이별하기로 결정한다. 이별의식이 치뤄지는 밤, 손님 19명을 초대하여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듣게 된 부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판에는 19편의 단편이 실려있으나, 이 책은 국내에 미발표된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수는 적은데 책은 만들어야겠기에 가끔씩 보여주는 삽화와 한 페이지도 다 채우지 않은(딱, 절반이다.) 레이아웃으로 만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본전 생각도 나겠다. 그 중 가장 괜찮은 작품은 복수를 위한 인생을 사는 한 남자에 관한 '불꽃화학제조술'과 대를 이은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다룬 '앵거스'이다. 특히, 전작인 '불.. 2007. 3. 26.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