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발견254 달려라 아비 한국 문학계의 새로운 기대주(세상에..80년생이다.)로 떠오른 김애란의 단편집. 그녀의 문체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구체적이며, 단순명료하다. 표현력 또한 뛰어나 그녀의 건조하고도 솔직한 취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서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전교1등처럼 자신만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너머의 무엇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작가 스스로에 대해 감탄하고 있는 얕음이 느껴진다. 읽는 이를 의식한 글은 감동을 주기 어렵다. 작가는 모범적인 글쓰기 골격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꾸며낸 감정을 덕지덕지 바른다고 해서 저절로 형태가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달려라 아비'같은 경우 짧지만, 효과적인 강약조절, 그리고 매끄러운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외의 단편들은 두꺼운 화장을 하고서 돌.. 2007. 3. 26. <도쿄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상황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차고 넘치는 일들이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는 기이하다 못해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런 우연들. 이 책은 작가가 겪은 기막힌 우연에 관한 에피소드로 시작되지만, 여러 단편들을 거치는 동안, 하루키 특유의 환타지 코드로 전환된다. (예전 그의 작품에 익숙한 이라면, 원숭이가 말을 하고 이름을 훔치러 다닌다는 이야기는 이상할 것도 없다.) 일단, 책을 잡기 시작하면 후루룩 읽히는 점에서는 기존 그의 작품들과 다를바 없지만, 아무리 가볍고 짧은 글이라도 보이지 않게 무게중심을 잡아주던 긴장감의 부재와 군데군데 박혀 있던 위트의 빛이 바래버린 느낌이 들어, 괜시리 입맛만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출퇴근시 틈틈히 읽기에 적당하다. 2007. 3. 26. <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암선고를 받은 전직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은 죽을 곳을 찾아 헤메는 짐승처럼 브루클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제는 이름도 입에 올리기 싫은 전부인과의 이혼, 하나밖에 없는 딸과의 불화 등 괴로운 일들도 있지만, 매일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레스토랑의 여종업원을 향한 유치한 설레임 또한 그를 새롭게 한다. 그는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동안 그가 저질렀던 어리석은 일들을 적는 일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많은 어리석음들로 인해 종내는 몇 개의 상자를 더 마련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그는 여동생의 아들인 톰을 만나게 되고, 촉망받던 젊은이였던 그가 택시운전사를 하고 있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후 .. 2007. 3. 26.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종주기이다. AT는 미국을 관통하는 등산로로 미개척지의 원시림과 반짝이는 호수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품고 있는 대자연의 보고로서 종주기간만 6개월에 달한다. 역대 사고사에 관한 기록(여기에는 저체온증, 곰으로부터의 습격, 타인에 의한 살인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들은 등산에 무지한 작가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는데 한 몫을 하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느끼게 되는 새로운 자유로움과 위대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통해 중독에 가까운 매력을 갖게 된다. 괴짜 동창생과 함께 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들, 각 트레일의 관리 공무원에 대한 단상, 미국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산림정책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는 이 책은 등산을 취미로 하고 있지 않.. 2007. 3. 26.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64 다음